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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간만에 등장한 국산 왜건 제네시스 G70 슈팅 브레이크를 보며 지금의 상황을 직시했다

2022.08.17

 

제네시스 G70 슈팅 브레이크가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유럽에 먼저 내놓은 후 국가 기준으로는 두 번째 출시다. 최근 GV60와 전동화 GV70 등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해온 것과 비교하면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오랜만에 나온 내연기관 신차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SUV와 키를 높인 크로스오버가 대세인 시대에 나온 왜건 보디는 낯설면서 반갑다.

 

사실 우리나라는 승용 왜건의 무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팔리는 정통 왜건, 그러니까 3박스 4도어 세단에서 지붕선을 차 끝까지 연결해 만든 보디는 드물다. 1990년대만 해도 국산차 시장에는 1세대 아반떼 왜건과 당시 대우자동차의 준중형급 왜건이었던 스패건, 기아자동차 중형 왜건인 파크타운 등이 있었다.

 

물론 그 이전에는 포드 코티나와 포니에도 왜건이 존재했고, 최근에는 현대 i40 왜건과 i30CW 정도가 있었다. 슈팅 브레이크는 이들이 2019년 사라진 이후 3년 만에 나온 국산 왜건이다.

 

그나마 수입차 시장에는 왜건 모델이 꾸준히 있었다. 4도어 쿠페라는 파격적인 보디 타입을 알렸던 메르세데스-벤츠 CLS는 슈팅 브레이크를 내놓으며 스포티한 왜건 디자인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푸조의 준중형급 해치백 308과 중형 세단 508에도 왜건 모델이 있었다.

 

 

볼보는 과거 850 기반 왜건으로 정통 왜건의 기준을 세웠고 지상고를 높이고 AWD를 단 V60과 V90 크로스컨트리를 계속 내놓고 있다. BMW는 3시리즈에 투어링이라는 이름으로 정통 왜건 보디의 차를 판매하고 있다. 포르쉐의 첫 전기차 타이칸에는 크로스 투리스모가, 대형 세단인 파나메라에도 스포츠 투리스모 모델이 있다. 이렇게 정리하면 사실 국내에도 꽤 많은 종류의 왜건과 그 변형 모델이 있는 셈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왜건을 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호평 일색이다. 무엇보다 장점으로 꼽는 것은 세단과 차이 없는 달리기 성능이다. 짐 공간에서는 키 큰 동급 SUV와 거의 차이가 없지만 높게 앉아야 하는 자세와 휘청거리는 움직임이 싫어 왜건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요즘 SUV는 차체의 상하 움직임을 줄이고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조여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무리 도심형 SUV라고 해도 승용 세단보다 지면에서 20~30cm 높게 앉으면 좌우나 앞뒤 흔들림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당초 대형 SUV의 원조라 불리는 지프 그랜드 왜고니어의 경우도 승용 왜건 보디에서 지상고를 높이고 4WD와 자동변속기 등을 얹으며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의 왜건에 대한 홀대가 이상할 지경이다.

 

개인적으로 오래 만나 성향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왜건이 아니라 왜 SUV를 샀느냐’고 물어보면 우물쭈물할 때가 많다. 실제로 고민이 많았는데 모델 선택의 폭이 좁아서 그랬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이 중에서도 친한 사람에게 꼬치꼬치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 나중에 팔 때 낮은 중고차 가격이 진짜 이유라고 한다.

 

 

많이 팔린 차는 중고차도 수요가 높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이렇게 신중하게 차를 사는 사람은 보유 기간이 긴 경우가 많은데 5년을 넘어가면 중고차 값은 인기 모델과 크게 차이가 없어진다. 실제로는 큰 차이 없는 중고차 가격 때문에 5년 동안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차가 아닌, 대안의 차를 타는 셈이 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 1대로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동차는 없다. 차의 문제가 아니라 타는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매 동기와 만족하는 포인트가 달라서 그렇다. 보디 타입뿐 아니라 지금의 자동차는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왜건을 포함한 승용차는 SUV로, 내연기관은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바뀌고 있어 어떤 것이 최선인지 아무도 정답을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신차를 살 때 중요한 것은 지금 나의 상황에 가장 맞는 차다. 남들의 시선이나 중고차 가격이 아니라 가장 만족스러운 차를 타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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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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