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Autumn Scent

가을을 직관적으로 감각하게 하는 향기, 그리고 가을의 모양

2022.09.22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오 지브레

 

 

비로소 가을을 일깨우게 되는 절기인 ‘백로(白露)’는 밤의 기운이 차지면서 이슬이 맺히는 때를 의미한다. 그 무렵 하늘은 맑고, 땅은 한결 차지며, 풀잎에는 이슬이 고인다. 마치 폭풍 같은 연애에서 빠져나왔을 때 같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면 미움은 덜해지고, 어리석었던 모습에 교훈을 얻고, 그렇게 조금 더 여문다.

 

그래서 가을은 성숙의 계절일까. 에르메스의 ‘떼르 데르메스 오 지브레’는 서리가 녹은 대지의 체취를 표현한 향수다. 에르메스의 마스터 퍼퓨머인 크리스틴 나이젤은 아이슬란드의 광활한 대지와 바위에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를 날카로운 진(Gin)처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브레(Givre)는 프랑스어로 서리, 칵테일 잔에 뽀얀 냉기를 입히는 테크닉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트러스의 향조가 느껴지지만 우디와 섞여 보다 성숙하고, 주니퍼 베리와 티무트 페퍼의 쌉싸래함이 어우러진다. 100ml, 16만5000원.

 

 

디에스앤더가

카우보이 그라스

 

 

영화 <가을의 전설>에서는 아름다운 라테 컬러의 종마와 그보다 아름다운 브래드 피트가 함께 야생의 초원을 달린다. <파워 오브 도그>에서는 더럽고 신경질적인 카우보이가 달처럼 말간 청년에게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밧줄 꼬는 법을 전수한다.

 

디에스앤더가의 ‘카우보이 그라스’는 <가을의 전설> 속 목가적인 풍경과 비극, <파워 오브 도그>의 야만과 관능 사이 어딘가에 있다. 처음에는 야생의 풀 냄새가 거칠게 치고 나오다 차츰 사그라들면서 로즈우드와 와일드 타임, 세이지브러시의 터치가 윤곽을 드러낸다. 이채롭고 이국적인 야생초, 바람에 불어온 작은 불씨 하나에도 금세 불이 번질 바싹, 바싹 마른 풀. 카우보이 그라스의 향조는 신비로운 가을의 무늬를 더듬는다. 100ml, 32만 원대.

 

 

메모 파리

이베리안 레더 오드 퍼퓸

 

 

추수가 끝나면 여기저기 널브러진 볏짚을 그러모으고, 성냥을 당겨 논두렁에 불을 지른다. 마른 짚단에는 시뻘건 불기둥이 치솟고 새카맣고 매캐한 연기가 솟아오른다. 일순 화염과 연기에 압도되지만 불의 기운이 다해가면 결국 남는 것은 재와 냄새다. 지하실의 습하고 퀴퀴한 냄새가 구수하게 느껴지기도 하듯 재의 화한 성질에도 달콤함이 있다.

 

메모 파리의 ‘이베리안 레더 오드 퍼퓸’은 강렬하고 스모키한 레더 향을 표현한 제품이다. 묵직한 레더를 베이스로 첫 향엔 고수와 베르가모트가 느껴지고 다음으로는 제라늄을 중심으로 장미의 향이 은은하게 번진다. 마지막엔 우드의 향조와 스파이시한 샤프론, 바닐라가 코끝을 간질인다. 영화 <버닝>에서 비닐하우스를 태운 마음처럼, 이 가을 누군가에게 애타는 대상이 되고 싶다면. 이베리코 레더는 누군가의 마음에 그을린 자국을 남기기 충분하다. 75ml, 3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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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아놀드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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